아무튼, 문구(김규림) : 효율을 가져오는 비효율적 움직임
Book 2021. 12. 23.
아무튼, 문구
저자 김규림 | 출판 위고 | 발매 2019.07.24
책 소개
<뉴욕규림일기>에서 슥슥 쓰고 그린 귀여운 손글씨와 그림으로 여행의 매력을 기록했던 김규림 작가는 자타가 공인하는 소문난 문구 덕후이다. 학창 시절부터 아이돌 대신 문방구를 덕질했던 '뼛속 깊이 문구인'인 김규림은 자신의 잊을 수 없는 소중하고 따뜻한 기억들은 모두 문구와 얽혀 있으며 그 추억들이 차곡차곡 쌓여 문방구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검정 플러스펜 하나로 족할 테지만 누군가에게는 파도 파도 끝이 없는 세계, 문구. 평생을 문방구와 함께하고 싶은 문구인 김규림이 이 이상하고 아름답고 무궁무진한 세계를 함께 탐험해보자고 손을 내민다.
저자소개
김규림 (지은이)
문구인. 용돈의 8할을 문방구에서 탕진하는 어린이였는데 이제는 월급의 반 이상을 문구 구입에 탕진하는 어른이다. 작은 문구들을 책상 위에 늘어놓고 하나씩 써보거나 바라보는 것이 삶의 가장 즐거운 오락거리다. 문구 매니아라고 하기에는 겸연쩍고, 그냥 좋아한다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고 느끼던 중, 우연히 한 문구 회사의 소개말에서 ‘문구인’이라는 단어를 만난 후 비로소 정체성을 확립했다. 카페와 서점만큼 많이 가는 곳이 문구점과 화방이고, 해외에 가서도 가장 먼저 문구점에 들러 뭐라도 하나 사고 난 뒤에야 여행을 시작한다. 여행 내내 옆구리에 일기를 끼고 다닌 결과물로 독립출판물 『도쿄규림일기』를 냈고, 1년 후에는 뉴욕을 여행하면서 ‘뭘 이런 걸 다’ 사사건건 기록한 『뉴욕규림일기』를 펴냈다.
❥ 효율을 가져오는 비효율적 움직임
.비효율.
대뜸 고백부터 하자면, 나 역시도 문구류를 좋아한다. 유명 브랜드와 제품들의 이름을 꿰고 있지는 않지만 우연히 마주쳐 내 책상 서랍 속에 여전히 자리하고 있는 문구를 좋아한다. 펜을 움직이는 것보다는 키보드를 두드리는 일이, 종이에 쓰는 것보다 인쇄하는 일이 더욱 편하지만 여전히 손을 움직여야 하는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손으로 쓰는 일은 크게 세가지가 있는데 기록, 편지, 아이디어가 그것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쓰고, 한 일을 기록하는 과정에서는 (아이패드를 사용함에도) 내 글씨로 적지 않으면 완성되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필사는 종이에 꾹꾹 눌러 적는다는 느낌이 좋아 꼭 손으로 쓴다. 편지도 마찬가지다. 눌러 적은 글씨 사이사이에 마음을 담아 마음을 전하는 것은 손글씨가 아니라면 묻어나올 수 없는 진심의 모양새다. 아이디어 노트는 꼭 손으로 적어야 한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큰 틀을 한 번 적어보지 않으면 진행되던 중 난항을 겪는다. 이처럼 나에게 비효율적인 움직임의 시간은 내 나름의 효율을 위한 준비과정인 셈이다.
.여유.
아무튼 시리즈의 묘미는 타인이 늘어놓은 예찬 속에서 내 모습을 발견한다는 데 있다. 작가의 경험에 두근거리며 새롭게 좋아하는 것이 생기기도 하고, 내 일같이 공감하며 좋아하던 것들의 향이 진해지기도 한다. 이 책의 경우는 후자에 속한다. "생필품들은 삶을 이어나가게 해주지만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것은 쓸모없는 물건들"이라는 작가의 문장은 아날로그에 머문 내 삶의 일부에게 힘을 실어준다.
여전히 서점에 가면 아무 쓸데도 없다고들 하는 스티커들을 한아름 사서 집으로 돌아온다. 가지고 있는 책 표지와 잘 어울리는 마스킹테이프가 보이면 지나치지 못한다. 사진들을 뜯어 스크랩을 하고 다이어리를 꾸미는 일은 질리지도 않는다. 누군가는 마우스 몇번 움직이면 똑같이 구현해낼 수 있는 것을 왜 꼭 손으로 해야 하냐고 물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비효율성을 감내하는 건 그만큼 마음에 여유가 있다는 걸 뜻한다." 그러니 나는 몇년이지나도 여전히 비효율적인 움직임을 통해 내 삶의 활력과 효율을 가져올테다. 조금 비효율적이더라도 더 많은 정성과 진심을 전하는 여유, 내 삶에는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책 속 한 문장
돌이켜보면 기억에 남는 순간들은
대부분 비효율적 시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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