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여름(김신회) : 여름을 미워하느라

Book 2021.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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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여름

저자 김신회 | 출판 제철소 | 발매 2020.05.29


 

 

 

책 소개

아무튼 시리즈의 서른 번째 책.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등으로 많은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김신회 작가의 신작으로, 1년 내내 여름만 기다리며 사는 그가 마치 여름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처럼 때로는 수줍게 때로는 뜨겁게 써내려간 스물두 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다.

책 속에는 휴가, 여행, 수영, 낮술, 머슬 셔츠, 전 애인 등 여름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로 그득하다. 여름이 왜 좋냐는 물음에 '그냥'이라고 얼버무리기 싫어서 쓰기 시작했다는 작가의 '애호하는 마음'이 낸 길을 따라가다 보면 그동안 잊고 지낸 이 계절의 감각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저자소개

김신회
다정하지만 시니컬하고, 대범해 보이지만 시도 때도 없이 긴장한다. 웃기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그 말을 듣지 않는 대부분의 시간을 울적하게 보내고 ‘못 하겠다’는 말을 달고 살면서도 결국 하는 사람. ‘하자’보다 ‘하지 말자’를 다짐하며 지내왔지만 처음으로 해보자고 결심한 것이 ‘책임감 갖기’. 여전히 무책임과 책임의 경계에서 허둥대며 살아간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심심과 열심』 등을 썼고 『보노보노의 인생상담』을 우리말로 옮겼다.

 

 

 

 

 

 

 

❥ 여름을 미워하느라


 

.여름.

 

 나는 여름과 인연이 깊다. 8월의 한 가운데에서 태어났으며, 이름에도 여름을 품고 있다. '여름 하'자가 내 이름의 끝 글자다. 이 뒤로 '그래서 여름을 좋아한다' 같은 문장이 이어져야 자연스럽겠지만, 나는 여름을 좋아하지 않는다.

 

 

 더운 날씨와 끈적거리는 살갗이 부딪히는 게 싫다. 여름 하면 수박을 먹을 수 있어 좋아한다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나는 수박 향도 잘 맡지 못한다. 게다가 벌레를 극도록 무서워해서 하루살이와 아주 작은 모기조차 잡지 못한다.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여름 바람을 느끼는 여유는 벌레에 대한 공포로 지워진 지 오래다. 여름에는 여러 가지로 신경 쓸 것이 많아서 그런지, 여름과 겨울 중에 고르라면 고민도 없이 겨울을 고른다. 여름에는 외출도 하지 않아 여름옷이 겨울옷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궁금했다. 여름을 사랑하는 사람의 세계는 어떨지, 어떻게 그 계절을 그토록 예찬할 수 있는지 말이다. 그리고 마음 한구석으로는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주한 계절이자, 내 이름을 차지하고 있는 여름을 한번 좋아해 보고 싶었다.

 


.추억.

 

 내게도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여름날의 추억이 있다. 여름이 그 추억만큼 나를 키운 것이다. 여름은 담대하고, 뜨겁고, 즉흥적이고, 빠르고, 그러면서도 느긋하고 너그럽게 나를 지켜봐 준다. 그래서 좋다. 마냥 아이 같다가도 결국은 어른스러운 계절. 내가 되고 싶은 사람도 여름 같은 사람이다. 이야기의 시작 ─ 여름은 힘이 세다 

 

 

 저자의 '여름날의 추억'을 따라 내 경험을 더듬어 보았다. 사실, 크게 기억나는 날이 없었다. 아주 어렸을 적에는 계곡이나 바다 같은 곳도 놀러 가고 그랬던 것 같은데 기억이 흐릿하다.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는 학교만 다녔다. 방학이나 주말에는 꼼짝도  하지 않고 에어컨 아래에서만 있었다. 돌이켜보면 여름을 미워하느라,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추억들을 놓치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

 

 하긴, 이렇게 많은 추억을 안겨준 계절을 사랑하지 않는 게 더 어렵지. 계절의 끝 ─ 근사한 추억 없이도 여름을 사랑할 수 있다 

 

 

 여름에 대한 예찬을 쭉 읽어내리면서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여름을 사랑하는 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계절을 누리고, 다른 계절이 찾아와도 여름을 손꼽아 기다리며 설렐 것이다. 억지로 여름을 사랑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또 단순히 계절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돌아보고 그것들을 어떻게 더 누리며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해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소한 것들을 사랑함으로써 사소하지 않은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니까.

 

 

 나는 여전히 무더운 것이 싫고, 벌레도 싫다. 하지만 내 이름 속에 품은 나의 첫 계절을 조금은 더 잘 살아내고 싶다. 여름을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다. 여름에도 여전히 행복한 나, 그거면 됐다.

 



 

 

책 속 한 문장

 

모든 과거는 추억이 된다지만
모든 추억이 그리움이 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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