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여행하는 법(임윤희) : 오감으로 지식을 나누는 공간의 가치
Book 2021. 7. 23.
도서관 여행하는 법
저자 임윤희 | 출판 유유 | 발매 2019.05.04
책 소개
이제껏 우리에게 도서관은 어떤 공간이었나. 보고 싶은 책을 마음껏 빌려볼 수 있는 곳? 조용히 앉아 책 읽고 공부하는 곳? 오랫동안 공부와 독서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해 온 도서관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책을 빌려주는 것을 넘어 독서 문화를 전파하고 책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 책을 중심으로 모인사람들이 생각을 나누고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제 공공도서관에서 인문학 강연을 듣고 영화를 관람하는 것은 흔한 일이 되었고 계절마다 다른 작품을 전시해 미술관 역할까지 해내는 도서관도 여기저기 늘고 있다. 대학도서관도 도서관이 예전처럼 혼자 공부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함께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며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열람실을 줄이고 북라운지와 북로비 같은 개방형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언제부터 이런 변화가 일어난 걸까? 책 읽는 사람을 기쁘게 하고 책과 멀었던 사람까지 도서관으로 그러모은 이런 변화를 만들고 준비한 이들은 누구일까? 그들은 과연 어떤 공간들에 영감을 얻어 우리 주변 책의 공간을 바꾸고 가꾸었을까?
『도서관 여행하는 법』은 오랫동안 도서관 열혈 이용자로 살다가 지역 도서관의 운영위원이 된 ‘도서관 덕후’가 전 세계 다양한 도서관을 여행하고 변화하는 주변 도서관을 살피며 느낀 도서관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담아낸 책이다. 오랜 경험을 근거로 쓴 책인 만큼 다양한 도서관의 변화 과정과 우여곡절, 도서관을 변화시킨여러 사람들의 노력이 담겨 있다.
저자소개
임윤희
도서관 열혈 이용자. 문헌정보학 전공자나 전문가는 아니지만, 외국에 나갈 때마다 생선 가게를 지나치지 못하는 고양이마냥 도서관을 기웃거리는 일을 20여 년 해 왔다. 물론 한국 도서관도 좋아하는데, 그중 제일 좋아하는 곳은 지금 살고 있는 동네의 도서관이다. 평범한 도서관이지만 제일 정들었고 가장 마음 쓰는 곳이다. 현재 지역 도서관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좋은 도서관을 만드는 데 아주 조금 힘을 보태고 있다.
본업은 책 만드는 일로, 나무연필이라는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논픽션을 펴내고 있다.
목차
들어가는 글
I 먼 곳으로 떠난 여행―외국 도서관을 둘러보다
II 가까운 곳으로 떠난 여행 — 우리 도서관을 살피다
나가는 글
+ 도서관 찾기
❥ 오감으로 지식을 나누는 공간의 가치
.도서실.
이 책은 도서관의 역사와 그 가치에 대한 찬사를 담은 책이다. 책을 읽다 보면 당장이라도 도서관으로 달려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앎의 세계에 진입하는 모두를 위한 응원과 환대의 시스템'이라니. 이것보다 더 이상적이고 두근대는 표현이 있을까.
손에 아무것도 쥔 것 없는 이에게 사회가 제공한 공간의 수준이 그 사회가 일반 사회 구성원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 준다. 2. 모두에게 열려 있는 두 번째 집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은 대부분 도서실에서 보냈다. 집에 혼자 찾아갈 수 없는 어린 나이였기에 엄마나 언니를 기다리면서 항상 책을 읽었다. 어떨 때는 밤 9시, 10시 아주 늦은 시간까지 도서실에 있었다. 다 크고 나서야 그것이 사서 선생님의 배려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혼자 책을 읽던 나를 기다려주신 것이었다.
나는 한 어른이 한 아이에게 베푼 배려와 온정 덕분에 책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책을 읽고, 가끔은 잠들기도 했던 그 시간은 내게 잊히지 않을 추억의 한 조각이 되었다. 내가 집에 갈 시간이 되면 사서 선생님과 함께 도서실을 정리했다. 그 어린아이가 큰 도움이 되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나는 그게 나름 어른 취급을 받는 것 같아 좋았다.
불이 다 꺼진 학교는 무서웠다. 어두컴컴한 복도를 내 보폭에 맞추어 걷던 선생님의 배려가 지금 생각해보면 참 눈물겨울 정도로 따뜻하다. 나를 정문까지 데려다주고 그제야 퇴근하시던 사서 선생님 덕분에 나는 학교 도서실에 대한 좋은 추억만이 가득하다. 내가 처음 접한 도서실은 집을 갈 수 없는 아이를 받아주던 따뜻한 공간이었다. 이 글을 빌어 사서 선생님께 10년은 더 지난 감사 인사를 드린다.
.도서관과 서점.
조금 더 컸을 때는 집 근처에 공공도서관이 생겼다. 독서통장이라는 걸 만들면 대출한 책 목록이 통장 잔고처럼 찍히는데 그것이 재밌어서 언니랑 자주 갔었던 기억이 있다. 다른 지역에 잠깐 살 때는 언니와 매일 도서관에서 가서 언니는 공부하고 나는 책을 읽었다. 중학교 이후부터는 도서관보다는 서점을 더 좋아했다. 그 지역의 공공 도서관은 독서실의 엄숙한 분위기에 가까워서 조금은 더 자유로운 곳이 필요했다. 서점을 돌아다니며 저마다의 개성이 가득한 책들을 구경하고, 한구석에 앉아 마음에 드는 책을 펼쳐 읽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아직도 기억나는 순간은 서점에서 문유석 판사의 《쾌락독서》를 읽던 때였다. 오른쪽에는 열심히 책 구절을 필사하시는 아주머니가 한 분 계셨고, 앞쪽에는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부부가 앉아 있었다. 서점의 향기와 아주머니의 향수가 섞여서 기분 좋은 향기가 났고, 읽고 있던 책도 너무 재미있었다. 그때, 누군가 실수로 스위치를 잘못 건드려 10초가량 서점의 불이 꺼졌다. 처음 보는 그 사람들과 당황스러운 눈빛이 마주치자 서로 멋쩍게 웃던 그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도서관의 가치.
이처럼 도서실, 도서관, 서점이 나에게 유독 잊히지 않는 기억을 선물해준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나는 그 이유가 '사람'에 있다고 생각한다. 도서실에 사서 선생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도서관에 언니와 함께 가지 않았다면, 서점에서 당황스러운 눈을 맞추던 옆 좌석 사람들이 없었다면 나에게 그날들은 그저 수많은 날 중 하나였을 것이다. 이처럼 책의 공간은 오감을 모두 활용하여 지식을 습득하고, 추억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마이크 샌델은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교육에 대해 언급하면서 '왜 4년제 대학들이 그런 임무를 도맡아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던졌다. 이어 '시민의 민주주의 교육에 대한 보다 포용력 있는 생각은 대학의 시민교육에만 한정하는 입장에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이 필요한 모든 시민에게 4년제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경쟁의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원하면 언제든지 배울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말이다. 나는 그 해답을 이 책에서 찾았다.
99명을 위해서도 할 일이 많은데 1명까지 챙겨야 하느냐는 배제의 논리가 아니라 1명까지 함께할 수 있게 만드는 화합의 논리가 바로 도서관이 추구하는 평등과 맞닿아 있다. 나는 이 1명을 버리지 않으려는, 도서관이 품고 있는 가치가 좋다. 12. 소수자에게 한 발짝 다가간 서가
니콜 키드먼은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누구나 들를 수 있는 곳'이라고 도서관을 정의했다. 우리는 이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도서관은 '평등'과 '화합'의 가치를 품고 있다. 누구나 읽을 수 있고, 누구나 배울 기회를 주며, 누구나 쉬다 갈 수 있는 곳이다. 도서관을 공공 독서실이나 자료의 보관소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지식을 나누고 누구든 배울 수 있는 화합의 장이라고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책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책 제목처럼 동네 도서관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확답은 못 하겠다. 하지만 동네 도서관이 세상을 바꾸는 하나의 씨앗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곳곳에도 그 씨앗을 뿌리고 가꾸는 이들이 많다. 그렇게 세상은 조금씩 바뀔 것이다."
책 속 한 문장
몸을 부대끼고 마음을 나누면서
나름의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인간에게는
여전히 그것을 함께 고민해 줄
또 다른 인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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