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로맹 가리) : 좋은 어른이란 무엇인가?

Book 2020.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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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저자 로맹 가리(지은이), 용경식(옮긴이) | 출판 문학동네 | 발매 2018.05.10


 

 

 

책 소개

사상 전무후무한 두번째 공쿠르 상 수상으로 전 세계에 파문을 던진 문제작이자, 로맹 가리 혹은 에밀 아자르의 대표작 <자기 앞의 생>이 일러스트와 함께 새롭게 선보인다. 국내에서도 2003년 출간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아온 이 작품에 일러스트를 더한 작가는 오늘날 유럽을 대표하는 젊은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마누엘레 피오르다.

2011년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에서 <초속 5000킬로미터>로 최고 작품상인 황금 야수상을 수상하며 주목할 만한 신예로 부상한 마누엘레 피오르는 오스트리아의 문호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소설 <엘제 양>을 그래픽노블로 각색해 극찬을 받으며 이미 예술성을 입증했다. 원작에 대한 깊은 이해와 특유의 섬세함은 <일러스트 자기 앞의 생>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어 열네 살 소년 모모와 그 눈에 비친 세상이 세피아톤의 일러스트 약 80컷과 함께 새롭게 탄생했다.

파리의 빈민가에서 엄마의 얼굴도 자신의 진짜 나이도 모르는 채 살아가는 모모의 삶은 결코 아름답지 않고, 소년을 둘러싼 주변인들 역시 모두 사회의 중심에서 소외된 존재다. 아우슈비츠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고 '엉덩이로 벌어먹으며' 살아온 로자 아줌마, 같은 처지의 여자들이 낳은 오갈 데 없는 아이들, 남녀의 성징을 한몸에 지닌 롤라 아줌마, 친구도 가족도 없이 세상에서 잊혀가는 하밀 할아버지…

모두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이지만 마누엘레 피오르의 손끝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난 그들의 모습은 역설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가장 절망적인 순간조차 노란빛의 수채화풍으로 담아낸 매 장면은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조숙한 소년의 목소리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진한 울림을 선사한다.

 

 

 

저자소개

에밀 아자르(Emile Ajar) (지은이) 
1914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14세 때 어머니와 함께 프랑스로 이주해 니스에 정착했다. 법학을 공부한 후 공군에 입대해 1940년 런던에서 드골 장군과 합류했다. 첫 소설 『유럽의 교육』이 1945년에 비평가 상을 받으며 성공을 거두었고, 탁월하고 시적인 문체를 지닌 대작가의 면모를 드러냈다. 같은 해 프랑스 외무성에 입성하였고, 외교관 자격으로 불가리아의 소피아, 볼리비아의 라파스, 미국의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 체류했다. 1948년 『대탈의실』을 펴냈고, 『하늘의 뿌리』로 1956년 공쿠르 상을 받았다. 로스앤젤레스 주재 프랑스 영사 시절에 여배우 진 세버그를 만나 결혼하였고, 여러 편의 시나리오를 쓰고 두 편의 영화를 감독했다. 1961년 외교관직을 사직하고 단편집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장편소설『레이디 L』 등을 펴냈다. 이즈음의 쇠퇴와 노쇠에 대한 고뇌가 『이 경계를 넘어서면 당신의 승차권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여자의 빛』 『연』 같은 소설에 드러나 있다. 진 세버그는 1979년에 자살, 로맹 가리는 1980년에 파리에서 권총 자살했다. 사후에 남은 기록을 통해 자신이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으로 『그로칼랭』 『가면의 생』 『솔로몬 왕의 고뇌』, 그리고 1975년 공쿠르 상을 받은 『자기 앞의 생』을 썼음을 밝혔다l
수상 : 1975년 공쿠르상
용경식 (옮긴이)
서울대 불어불문학과 졸업. 같은 학교 대학원 불어불문학과 석사학위 취득. 역서로는 「먼 나라 여신의 사랑과 분노」, 「배회, 그리고 여러 사건들」, 「일반 수사학」, 「문 위에 놓아둔 열쇠」, 「연인」,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렸으면 좋겠다」 외에 다수가 있다.

 

 

 

 

 

❥ 좋은 어른이란 무엇인가?


.아무도 모른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드라마 때문이었다. 김서형 배우님이 차영진 역으로 열연을 펼친 드라마 〈아무도 모른다〉는 내 인생 드라마가 되었다. (덧붙이자면 고은호 역의 안지호 배우, 주동명 역의 윤찬영 배우, 하민성 역의 윤재용 배우의 연기가 소름 돋게 좋았다. 또, 연출이 진짜 미쳤다.) 극 중 고은호가 읽고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좋은 어른을 만났다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까." 경계에 선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을 지키고 싶었던 어른들의 '미스터리 감성 추적극' (SBS 드라마 아무도 모른다 소개 글)

 

 아무도 모른다에서는 좋은 어른과의 관계성을 부각하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고은호에게는 차영진이라는 좋은 어른이, 차영진에게는 황인범이라는 좋은 어른이 있다. 특히 백상호에게 차영진이 손을 내미는 듯한 연출은, 백상호에게도 차영진 같은 좋은 어른이 있었다면, 그의 삶이 달라졌으리라 것을 암시하고 있다. 내가 이 드라마를 좋아해서인지, 책 속 모모는 고은호와 차영진을 많이 닮아있었다.


.사랑.

 

 "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있나요?" p.12 

 

 

 최근에 책 한구석에 내 생각을 적어놓는 좋은 버릇이 생겼다. 이 문장 아래는 이렇게 적어놓았다.

 

'내 대답은 '아니오'이다. 지금 당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도 살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육체의 소멸이지 사랑의 소멸이 아니다. 남겨진 이는 남겨진 사랑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까지도 모르겠으나, 내 생각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하밀 할아버지는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죽을 때까지 자밀라를 잊지 않을 수 있게 되어 안심이라고 말했다. '사랑'이라는 것은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 무엇을 사랑하든 '사랑'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음은 분명하다.

 

 

 

 감정을 쏟을 가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르튀르를 필요로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고, 그래서 내가 몹시 걱정했기 때문이다. 사랑해야 한다. p.343 

 

 모모는 로자 아줌마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어린아이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로자 아줌마를 위해 움직였다. 어쩌면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해낼 수 있던 일일지도 모른다.

 

 혼자 남겨진 모모는 우산인 아르튀르를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쩌면 모모는 할아버지에게 던졌던 질문에 스스로 대답한 것이 아닐까? 사랑 없이 살 수 없으니, 어떻게든 사랑해야 한다고 말이다.

 


.좋은 어른?.

 

 이 책은 나에게 '좋은 어른'이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해주었다. 로자 아줌마는 건강도 나쁘고, 돈도 벌 수 없는 상태다. 모모는 아줌마의 뒷치다꺼리를 하느라 고생했고, 혼자 남겨진 쓸쓸함을 느껴야 했다. 하지만 모모에게 로자 아줌마는 '좋은 어른'일 것이다. 좋은 어른은 돈이 많다고 될 수 있는 것도, 사랑만 한다고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나는 살면서 수많은 '좋은 어른'들을 만나왔다. 나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네고, 나를 위하고, 희생하고… 이 자리를 빌려 나의 좋은 어른들에게 감사의 표시를 전하고 싶다. 앞으로도 나는 좋은 어른을 만나면 이 책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발자취를 좇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누구든 좋은 어른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책 속 한 문장

 

그녀는 이제 숨을 쉬지 않았지만,
그런 건 상관 없었다.
숨을 쉬지 않아도 그녀를 사랑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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