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사랑스러운 삶과 연애하기(백가희) : 나는 사랑주의자였다

Book 2021.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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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사랑스러운 삶과 연애하기

저자 백가희 | 출판 위즈덤하우스 | 발매 2021.02.01


 

 

책 소개

사랑주의자 백가희가 전하는 혼자인 나를 믿으며 다정하게 사는 법. 사람과 사람 사이를 애틋하게 그려내며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울린 백가희 작가가 3년 만에 신작 에세이로 돌아왔다. 2020년 5월부터 10월까지 연재한 메일링 서비스 <일간 백문백답>에서 가장 사랑받은 34편의 글을 담았다.

이 책은 ‘연애예찬주의자’였던 백가희 작가가 사랑의 경계를 허물고, 나와 주위 모든 것을 껴안는 ‘사랑주의자’가 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지금껏 연인을 향해 사랑을 노래해왔다면, 이제 자신의 몸과 마음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이며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아간다.

 

 

 

저자소개

백가희
약간의 경력들로 만들어진 사람. 낭만 주위자. 『당신이 빛이라면』(2017), 『간격의 미』(2017), 『너의 계절』(2018), 『에어프라이어 술안주 앤 논에어프라이어 간편식』(2019), 『이토록 사랑스러운 삶과 연애하기』(2021)를 썼다. 일상 속에 숨 쉬는 낭만 주위를 열심히 서성거리고 싶다.

 

 

 

목차

프롤로그 사랑주의자의 기도

Ⅰ 용기를 담아
수용하는 마음 / 일시불의 여자 / 우물쭈물하다 내 그럴 줄 알았다 / 경계 안의 자유 / 사랑, 너른 숨을 쉬어! / 환승역 / 1인 가구의 휴식 / 비로소 자유로울 것 / 비혼주의자의 면역력 / 루틴의 재정비 / 일기의 구원 / 다름 아닌 소비와 적금

Ⅱ 사랑을 담아
목소리와 울음 / 뭐가 걱정이야 / 당신을 데려다줄 기록 / 무패사랑 / 입을 빌려 말하는 사랑 / 기쁨의 재주 / 무모한 사랑 / 사랑의 단상 / 흐르는 물 위로 사랑을 띄워 보내

Ⅲ 다정을 담아
나를 이어주는 음악 / 식물 선생님 / Sweet chaos! / 독서와 취향 세계 / 미완의 회복력 / 절대의 영역 / 아지트 / 미용과 식물 / 술의 묘미 / 자는 얼굴 / 이음의 세계 / 키우는 마음 / 말랑말랑과 곡선

에필로그 웃음과 울음과 사랑의 기세

 

 

 

 

 

❥ 나는 사랑주의자였다


.사랑.

 

 리야, 나는 너를 너무 아는 척하고 싶어서 너무 모르는 척하고 싶었어. 너의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시큰둥하게 그렇구나, 하며 웃어 넘겼지만 한편으로는 안도하고 또 미워했지. 어떻게 나 없이 살 수가 있니. p.103, Ⅱ 사랑을 담아 : 입을 빌려 말하는 사랑 

 

 

 나는 누구와 절절하게 연애해본 적이 없다. 그런 사람을 만나보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내 일상의 영역을 소중해하는 천성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항상 사랑에 메말랐다고 생각해왔다. 남자친구, 여자친구와 함께 데이트를 하러 가고, 별거 아닌 것에 활짝 웃고 소소한 일상들을 보내며 사랑과 행복을 외치는 사람들을 보면 볼수록 그런 생각이 더 짙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생각이 든다. 나는 좋아하는 것을 보면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맛있는 것을 먹으면 꼭 언니와 같이 먹고 싶고, 새로운 물건을 발견하면 엄마에게 얘기해주고 싶다. 내가 이룬 것들을 아빠에게 늘어놓는 것도, 함께 커피를 내려 마시는 것도 내가 좋아하는 시간 중에 하나다. 또,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 한구석을 차지하고 앉아 별거 아닌 것에 활짝 웃기도 한다. 그 모든 것이 사랑이었음을 이제야 깨닫기 시작했다.

 

 

 이제껏 나는 사랑의 영역을 제멋대로 규정해놓고, 스스로 사랑이 없는 사람이라며 정의했던 것이다.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고, 사소한 선물을 주고받으며 감동을 받고, 아빠가 차려주는 밥을 함께 나눠 먹고, 엄마 차 옆자리에 앉아서 쫑알쫑알 이야기를 나누고, 언니와 통화를 하며 재밌는 이야기로 밤을 새우는 것이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사랑이 가득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을 '사랑주의자'라고 칭하는 저자처럼, 나도 용기를 내어 사랑을 온몸으로 끌어안고 싶다. 내 삶에도 사랑이 더 너르게 숨을 쉴 수 있도록, 구석구석 자리할 수 있도록.


.정지.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괴롭히진 않아야 해. 좋아하는 일을 잠깐 멈추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어. p.67, Ⅰ 용기를 담아 : 루틴의 재정비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내 하루 루틴을 설명해보고자 한다. 일단 미라클 모닝을 거의 한 달째 하고 있다. 실패한 날들도 많지만, 웬만하면 5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늦어도 9시에는 일어난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볍게 방을 청소하고 침구를 정리한다. 그 날 기분에 따라 명상을 할 때도,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줄 때도 있다. 그리고 9시 전까지는 책을 계속 읽다가,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신다. 남는 시간은 그 날 해야 할 일을 자유롭게 배분하여 유동적으로 하루를 보낸다.

 

 

 나에게 '해야 할 일'이란 좋아하는 일들을 하는 시간이다. 다 읽어낸 책의 마스킹테이프를 따라 인상 깊은 구절들을 필사하고, 독후감에 가까운 서평을 쓴다. 지금 이 글처럼 말이다. 남는 시간에는 최대한 책을 읽으려고 노력한다. 요즘에는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정리하며 읽느라 시간을 쏟고 있다. 그런데 이 계획들이 처참하게 실패하는 날들이 있다.

 

 

 습도에 영향을 많이 받는 바람에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늦은 시간에 눈을 떠 하루를 시작하기도 하고, 책을 한 줄도 읽지 않거나, 글을 한 줄도 쓰지 않는 날도 있었다. 그럴 때면 자괴감이 들었다. 분명 내가 행복해서 시작한 일들인데, 이것들이 아니면 행복할 수 없는 양 굴고 있었다. 물론 여전히 책을 읽고 글을 쓸 때는 행복하다. 다섯 시에 일어나 어둑어둑한 새벽녘을 바라보며 스트레칭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무조건'해야 하는 일은 아니다.

 

 

 

 이만한 행복의 조각들이 너의 곁에 있었다고, 흘려보내는 것 같아도 언제나 있을 것이라고, 너는 더 큰 내일을 만들지 않아도 이미 충분하다고 속삭이면서요. p.138, Ⅲ 다정을 담아 : 나를 이어주는 음악 

 

 

 좋아하는 것이 새로운 강요가 될 때가 있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가치는 (이전에도 몇 번 언급했듯)'여유'인데, 여유를 잃어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오늘 하루를 꽉 채워 보내야 한다는 책임감에 사로잡혀 온전히 누리지 못했던 날들이 불현듯 스쳐 지나간다.

 

 

 

 권의 거침없는 용기, 나를 위해 흥미로워도 포기할 줄 아는 용기가 제게도 절실했습니다. p.50, Ⅰ 용기를 담아 : 1인 가구의 휴식 

 

 

 이제 나는 '정지'하는 법을 안다. 잠시 멈추고 쉬어가는 일이, 하루의 실패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멈추는 것 자체로 의미 있는 하루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앞으로 나에게 주어질 수많은 하루를 가끔은 달리고, 멈춰도 가면서 '사랑스러운 삶과 연애'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내 것.

 

 내가 머무는 공간이 정돈되어 있어야 말소리가 고작 내것뿐이어도 공간 전체가 나를 환영해준다는 기분이 들게 합니다. p.31, Ⅰ 용기를 담아 : 경계 안의 모든 자유 

 

 

 최근에 책장을 하나 샀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과 ebook으로 독서에 흥미를 붙였던 나는 종이책을 사 모으지 않았다. 예전에는 종이책을 볼 때도 무조건 깨끗하게 보아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어서 종이를 넘기는 것 외에는 종이책의 강점을 잘 알지 못했다. 이제는 이야기가 다르다. 책을 볼 때 밑줄을 긋는다든지, 필요한 내용이 있을 때 다시 책을 꺼내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책을 사 모으기 시작한다.

 

 

 지저분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것도 2021년이 되어서 생긴 생활 습관 중 하나이다. 이불이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짜증이 나고, 바닥에 머리카락이나 먼지가 보이면 바로 청소기나 테이프클리너를 가져와 방을 청소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한번, 먼지가 보일 때마다 계속해서 청소한다. 예전에는 나만의 서재를 갖고 싶었는데 크지 않은 방에서도 끊임없이 청소와의 사투를 벌이면서 더 큰 방과 서재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서재를 가진다면 일주일에 한 번 책을 전부 빼서 청소하게 되지 않을까. 어쩌면 더 자주.

 

 

 종이책은 보통 창고에 넣어두거나, 방에 둔다. 점점 쌓이던 책은 범위를 넓혀 책상까지 침범하기 시작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내 책상에는 8권의 책이 올려져 있다. (궁금하지는 않겠지만 <이토록 사랑스러운 삶과 연애하기>, <바깥은 여름>, <총, 균, 쇠>, <사이보그가 되다>, <이기주의 인문학 산책>, <the giver>, <PERSEPOLIS>, <디디의 우산>이 올려져있고, 필사 노트와 문장 노트, 크레마 그랑데까지 올려져 있다) 너저분해진 책상을 바라보면서 어제 책장을 사야지 다짐하고, 검색해서 제일 위에 있는 것을 샀다(크기는 측정해서 샀으니 걱정 마시라).

 

 

 

 나는 무수한 시절의 내가 이끌고, 버티고, 당겨와서 만든 사람이니까요. 나의 구원자는 내가 되어야만 해요. p.21, Ⅰ 용기를 담아 : 일시불의 여자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다. 활동적인 취미를 좋아하지 않는 탓이다. 그나마 열심히 하는 운동도 혼자 하는 경우가 태반이니 말 다 했다. 나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내 것'이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내 공간, 내 취미,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내 삶. 나만의 규칙과 나만의 호흡. 그런 것들 말이다. 나만의 규칙에 맞춰 공간들을 채워가고 내 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백가희 작가의 팬이다. 그녀의 글을 좋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의 삶을 좋아한다. 열정적으로 움직이고 사랑이 가득한 그 모습을 좋아한다. 늦게 자는 날 켜지는 라이브 방송도, 오프라인 행사에서 마주칠 때 지어주는 맑은 미소도, 책에 사인하며 이름을 묻는 다정한 목소리도 좋아한다. 고양이 앞에서는 한없이 무장해제 되는 모습이나, 하늘이 좋은 날에 하늘을 배경으로 꼭 사진을 찍는다는 그녀를 좋아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반전 없이 나는 그녀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나도 그녀처럼, 그리고 지금처럼 '이토록 사랑스러운 삶과 연애'하며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끝없이 도전하고 부딪히면서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하면서 말이다.


 

 

책 속 한 문장

 

그러니 사랑,
너른 숨을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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