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언어들(김이나) : 나보다 더 나의 이름이었어
Book 2020. 12. 28.
보통의 언어들
저자 김이나 | 출판 위즈덤하우스 | 발매 2020.05.27
책 소개
대한민국 대표 작사가 김이나가 일상의 언어들에서 포착한 마음의 풍경. 매 순간 결핍과 고독감에 흔들리는 '보통의 우리들'을 위한 책. <보통의 언어들>은 김이나 작가가 그간 대중과 긴밀히 소통해온 경험을 살려 우리가 삶에서 맞부딪히는 복잡한 감정과 관계의 고민에 대한 해법을 일상의 단어 속에서 탐색한다.
그녀는 작사가로서의 예민한 안테나를 살려 우리가 자주 표현하는 감정의 단어들을 수집하고, 그 단어들이 다 품어내지 못한 마음의 풍경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평범한 단어들 속에 깃들인 특별한 가치를 찾고 삶의 지향점을 풀어가는 김이나의 글은 쳇바퀴 같은 생활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떻게 확장된 인생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저자소개
김이나
작사가 겸 방송인. 1979년 서울 출생.
유년 시절 할머니, 할아버지의 칭찬과 사랑을 부족함 없이 받으며 자랐고,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의 프레임에 속지 않겠다는 당돌함과 슬픈 영화 속 주인공의 얼굴만 보아도 눈물이 핑 돌던 섬세한 감성을 고루 갖춘 어린이로 성장했다.
직장생활을 하던 중, 작곡가 김형석을 만난 계기로 작사가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고 히트곡만 300여 개가 넘는 작사가가 되었다. 2019년에는 오랫동안 꿈꿔왔던 라디오 DJ가 되었고, MBC 라디오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녀는 따뜻한 시선과 이성적인 태도를 지닌, 그리고 이것을 누구보다 선명하게 표현하는 사람이다.
보잘것없고 부끄러운 부분은 누구에게나 있고 오히려 그로 인해 스스로를 더욱 빛낼 수 있다고 생각하며, 오늘도 쳇바퀴 도는 일상 속 특별함을 꿈꾸면서 살아가고 있다. 저서로는 『김이나의 작사법』이 있다.
❥ 나보다 더 나의 이름이었어
.단어.
감정이 원형 그대로 전달될 수 있으려면, 글자로는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때로는 불가능하다. 인간은 같은 언어를 미세하게 다르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Prologue. 당신만의 언어를, 당신만의 세계를 바라보는 일
나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 지금처럼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기는 것도, 개인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것도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한다. 특히 일기, 편지 등의 사적인 글들을 쓸 때는 더욱 행복하다. 나는 글을 쓸 때 단어를 열심히 고르는 편이다. 같은 단어나 어휘가 반복되면 글이 지루해지기도 하고, 너무 어려운 단어나 쉬운 단어는 글의 분위기를 망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단순 서술에도 이런 고민을 끊임없이 하게 되는데 하물며 감정은 어떻겠는가. 김이나의 말처럼 감정이 원형 그대로 전달되기란 굉장히 어렵다. 텍스트로만 이루어진 카카오톡 대화창에서 말투에 대한 오해를 빈번히 빚는 것도 이에 해당되는 경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소통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느끼는 감정에 가장 가까운 언어를 골라서 소통하고 있다. Prologue. 당신만의 언어를, 당신만의 세계를 바라보는 일
이 구절을 읽고 내 감정을 정확하게 글로 표현하려면 더 많은 어휘를 알아야 한다고 느꼈다. 그래서 요즘에는 책을 읽다가 모르는 어휘가 나오면 공부하려고 한다. 원래는 문맥상 뜻을 이해하고 넘어가거나, 한자어로 구성된 단어는 대충 의미를 파악하는 식으로 공부했다. 하지만 그 단어나 어휘를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자로 단어장을 만들었다. 원래는 영어 단어를 적고 외우는 단어장인데 나는 나만의 한국어 단어장을 만든 셈이다. 타인에게 뜻을 유창하게 설명할 수 없는 단어들을 골라 뜻과 유의어, 예문 등을 적는다. 나중에는 이 단어장에 적힌 어휘들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것이 목표다.
.나이.
나이가 든다는 것은 파도를 타듯 자연스러울 때 근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Part 03. 자존감의 언어, # 나이 든다는 것
나는 나이 드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올라갈 때는 내가 영원히 중학생이었으면 했고, 성인이 되었을 때는 내가 영원히 미성년자였음 했다. 스물하나를 앞둔 지금. 나는 여전히 스물이고 싶기도 하다. 이런 나의 생각이 김이나를 보고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그녀처럼 나이 들 수 있다면 기꺼이 나이를 먹고 살아가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중력이 내게 해주고픈 말을 받아들이면서 다만 너무 아프지 않게 나이 드는 것, 그러나 숫자로 모든 걸 판단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 것, 육체의 유한함 앞에 겸허해지는 것, 이것이 앞으로의 내 나이에 관한 바람이다. Part 03. 자존감의 언어, # 나이 든다는 것
18살의 나와 21살을 앞둔 나는 별반 다르지 않다. 관심사가 조금 더 생겼고, 더 넓고 현실적인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을 뿐이다. 나는 숫자로 표현되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성적, 몸무게, 나이와 같이 숫자로 표현되는 것들은 종종 나를 옥죄기도 한다. 하지만 지나서 생각해보니 이 숫자 속에 나를 밀어 넣는 것은 나 자신이었다. 숫자에 대한 편견을 지우는 것은 나 스스로부터 시작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이나의 가사.
노래를 좀 들어본 사람이라면 김이나는 아니어도 김이나의 가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내가 좋아하는 노래의 가사를 김이나가 썼기 때문에 그녀를 알게 되었다. 또, 예전부터 즐겨 듣던 노래의 작사가를 살펴보니 그녀였던 경우도 굉장히 많았다.
나의 음악 취향은 굉장히 잡다하다. 밴드 음악, 힙합, 발라드, 인디, 댄스 등등 여러 가지의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듣는다. 가사 좋은 노래를 찾아 무작정 듣기도 하고, 가사를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들도 멜로디가 좋으면 하루 종일 듣기도 했다. 사실 노래를 많이 듣게 된 건 최근의 일이다. 2020년 초중반까지, 나는 아이유의 노래를 제외하고는 음악을 거의 듣지 않았다. 내가 노래를 자주 듣지 않음에도 기억에 남는 몇몇 곡들은 대부분 가사 때문이었다. 가사 몇 줄이 머릿속에 잔상처럼 남아 내 주변을 떠돌 때도 있었다.
가사라는 것은 글이 멜로디에 덧붙여져 더 큰 힘을 가지게 된다. 누군가의 인생을 대변할만한 가사를 쓴다는 점에서 작사가라는 직업이, 그리고 또 김이나라는 사람이 굉장히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그녀의 가사를 보고 울고 웃으며 공감받을 수 있을 것 같아 기쁜 마음이 든다.
여담
1. 참 공감 가는 문장들이 많았다. 작사가 김이나가 아니라 사람 김이나에게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나의 감정들에 이름표를 붙여준 김이나 작사가에게 정말 고맙다.
2. 제목을 선정할 때는 내 서평의 전체적인 내용을 담을 수 있도록 고심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읽자마자 소름이 돋았던 김이나의 미공개 가사를 제목으로 선정했다. 아직도 멜로디 없는 가삿말이 내 가슴속에서 울리는 기분이다.
3. 아이유의 팬인 나는 김이나 작사가를 모를 수가 없다. 2021년 새해를 김이나 작사가가 쓴 '분홍신'을 들으며 맞이할 생각이다.
책 속 한 문장
그댄 나의 커다란 뿌리였고
항상 나를 품은 그늘이었고
마주보지 못한 태양이었고
나보다 더 나의 이름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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